서울고법 “둘다 아닌 부당이득”…1심 “통상임금” 판결 뒤집어
노동자가 회사와 ‘임금 외 퇴직금’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와 내역에 대해 합의하고 서명했다면 월급과 함께 준 퇴직금은 임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회사에 돌려줘야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김병운)는 “밀린 퇴직금을 달라”며 이아무개씨 등 26명이 컨설팅업체 ‘ㅇ솔루션’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한 1심과 달리 “퇴직금 명목으로 월급에 포함된 금액은 퇴직금도 임금도 아니므로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는 이씨 등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임금 이외의 퇴직금 지급을 요청한다’는 규정에 합의한 뒤 임금에 더해 퇴직금 명목의 금액을 지급했다”며 “퇴직금의 효력이 없지만 그렇다고 임금에 포함시키는 것도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퇴직금’으로 받은 금액은 부당이득이므로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며 “회사는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퇴직금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준 금액을 빼고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건수)는 “회사가 매월 정기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한 돈은 명칭 여하를 불구하고 퇴직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지난 8월 “퇴직금을 근로자의 월급에 포함시켜 미리 지급하는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박상진 노무사(노무법인 여명)는 “사용자가 퇴직금을 안주려는 목적으로 ‘퇴직금 선지급’ 조건을 제시하면 근로자는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런 사건을 단순한 계약 원리로만 판단한다면 사업주 입장에선 유리한 지위를 남용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한겨례신문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